카테고리 보관물: 일상

근래에 본 영화 – 202105

  •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2001) ★★★

    《공각기동대》와 함께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본 적은 없는 애니메이션이라서 한번 시험 삼아 봤다. 2001년에 나온 극장판인데 본편인 TV 시리즈는 1998년부터 방영했다. 예전에 나온 일본 애니메이션이라 그런지 작화나 세계관이 요즘 나오는 애니메이션과 비교해 좀 더 끌리는 게 내가 아재라서 그런 걸지도. 본편을 보질 않아서 배경을 잘 이해하긴 어려운 게 좀 아쉬웠다.

  • 캐빈 인 더 우즈(2011) ★★★

    흔한 호러 무비가 아니라 최첨단 테크놀러지가 가미된(?) 독특한 작품이다. 커뮤니티에서 재밌다고 하는 분들이 있어서 보긴 했는데 기대와 달리 후반부 전개가 좀 혼파망이긴 하지만 소재가 신선하기도 하고 영화로도 어색하지 않게 잘 구현한 것 같다.

  • 블러드 심플(1984) ★★★★

    코엔 형제의 작품 답게 극중 인물들의 오해가 겹치고 일이 점점 꼬여가는 과정을 잘 그렸다. 코엔 형제의 장편 데뷔작이라고 한다. 중간중간 헛웃음 나오는 장면도 있고 캐릭터 간의 정보 비대칭을 생각해 보는 재미가 있다.

  • 어니스트 씨프(2020) ★★

    리암 니슨 주연의 다른 작품과 비슷한 느낌이라 좀 아쉽다. 상황상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너무 막강한 주연이 나오는 영화는 늘 뭔가가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도덕적으로도 흠결이 없는 ‘선한’ 전문 은행털이범이라서 그런가 더 그런 듯.

  • 제미니 맨(2019) ★★

    액션 덕분에 눈이 즐겁고 설정도 흥미롭다. 문제는 딱 거기까지라는 거. 중간중간 개연성 때문에 갸웃거리게 되기도 하고 계속 허술하다는 느낌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은퇴한 요원들은 왜 늘 괴롭힘을 받고 고달픈 삶을 사는 건지.

  • O2(2021) ★★★★

    2010년에 나온 《베리드》처럼 의료용 캡슐에 갇힌 여자가 깨어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처음 깨어나는 장면에서 질식의 느낌을 잘 보여주는데 영화 내내 질식의 공포가 죄어오는 터라 계속 긴장감을 자아낸다. 산소를 공급받으려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점점 실마리가 풀리면서 반전도 맞이하게 된다. 주연 배우가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는데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거친 녀석들》에 출연한 멜라니 로랑이더라.

4K UHD 블루레이 리핑

작년에 화질 좋은 4K 블루레이 레퍼런스 타이틀 중에서 《얼라이드》(2016)가 있어서 저렴한 북미판을 구입했더랬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나서 보니 한글 자막이 없더라. 물론 왓챠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미 구입한 터라 4K 레퍼런스 타이틀의 UHD 블루레이의 화질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서 결국 원본 그대로 리핑해서 보기로 하고 4K 블루레이를 리핑하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4K 블루레이 리핑 가능한 디바이스 중에서 포터블 형태의 LG NP50NB40을 구입하기로 하고 지마켓에서 쿠폰 적용해 10만원 정도에 구입했다. 요즘은 PC 본체에 내장 ODD를 부착할 수 없는 구조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외장형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리핑 관련 글에서 알려주는 대로 펌웨어(1.03)도 업데이트하고 얼라이드 타이틀을 넣고 MakeMKV에서 리핑하려고 했더니 UHD 타이틀을 읽지를 못하더라. 이거 뭔가 잘못됐다 싶어서 다시 찾아보니 NP50NB40은 기본적으로 UHD 타이틀을 못 읽게 돼 있는 듯; 다시 이리저리 찾아보다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쓴 글을 읽고 나서야 하이브리드 펌웨어라는 게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고, BP60NB10이라는 모델(펌웨어 1.00)로 펌웨어를 크로스 플래싱했더니 그제야 UHD 타이틀을 제대로 읽더라. 동일한 제품인데 펌웨어에 따라 UHD 타이틀을 읽거나 읽지 못하게 해둔 게 신기하더라?

우여곡절 끝에 리핑에 성공해서 MKV 파일(약 53GB)을 만들고 나서 팟플레이어로 재생해 보니 문제없이 재생된다. 그다음은 자막 만들기인데, 준비해둔 SRT 자막 파일을 MKVToolNix를 이용해 리핑한 MKV 파일에 추가하고, 블루레이 전용 자막 형식인 SUP 파일도 Subtitle Edit로 생성해서 MKV 파일에 추가하고 먹싱(mux)해서 한국어 자막이 포함된 MKV 파일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 작업은 현재 상황에서는 소용없는 일임을 곧 알게 되는데…)

이제 남은 건 한국어 자막까지 합쳐진 파일을 외장하드에 넣고 TV에서 보는 건데 지금 사용 중인 LG UHD TV에서 50GB가 넘는 파일을 불러와 재생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하지만 의외로 용량이 큰 파일도 무리 없이 재생하고, HDR 마크까지 뜨더라. 그런데 문제는 자막.

앞에서 Subtitle Edit로 자막을 추가하면서 기왕 하는 거 영화관 느낌이 충만하도록 시네마 폰트와 크기 등을 지정하고 그래픽 자막까지 만들어서 넣었는데 막상 TV에다 외장하드를 연결해서 볼 때는 내부 자막을 사용하지 못하더라? 그래서 결국에는 그냥 기존 SRT 자막을 다시 외장하드에 넣어서 한국어 자막이 나오게 했다. 결국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이용해서 재생할 때는 그래픽 자막도 출력되겠지만 일반 TV에 외장하드로 연결해서 볼 때는 텍스트 형태의 외부 자막을 쓰는 게 가장 무난한 방법인 것 같다.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외장하드를 연결해서 볼 때도 마찬가지.

지난주 주말까지 이런저런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걸 많이 배우고 있다. 다음 작업으로 3D 블루레이 리핑과 4K 판본에 한국어 음성/자막 추가 작업을 해보려고 이것저것 관련 글을 찾아보고 있다.

이번에 알게 된 새로운 것들을 정리하자면

  •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UHD 블루레이도 리핑 가능
  • UHD 리핑할 수 있는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로움. 재생하는 조건은 더 까다로움(어차피 CPU가 라이젠이라 재생도 못함ㅋ)
  • ODD 모델에 따라 UHD를 읽지 못하는 경우 다른 모델로 인식하게끔 패치가 필요할 수 있음
  • 생각보다 TV에서 읽을 수 있는 파일의 용량 제약이 낭낭함
  • TV에 외장하드를 연결해서 영화 볼 때는 그래픽 자막 무쓸모

소울(2020)

소울 ★★★★★ / 구글 플레이 무비

작년에 누군가가 재밌다고 해서 믿고 보는 디즈니라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구입해서 시청했다. 먼저 자막판으로 혼자 보고, 아이들과 더빙판으로도 보고, 어른들끼리 또 한 번 자막판으로 보고 해서 한 3번 정도 본 것 같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어른들을 타깃으로 삼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깊은 주제를 다룰 때가 있다. 아주 예전에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들 중에도 시대를 한발 앞서간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픽사의 영향인지 시대상을 반영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독특한 기획과 구상으로 감탄할 만한 영화를 많이 만들어낸다. 소울은 흔히들 생각하는(작중에서 멘토들이 흔히들 오해한다고 하듯이) 삶의 목적과 의미를 되새기는 영화다. 구태여 어떤 삶의 목적이나 의미에 매몰되지 말고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라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다. 우스갯소리로 태어나는 김에 산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게 뭐 어떻냐는 거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평생 재즈만을 바라보고 보잘것없이 살아온 주인공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목전에 두고 불의의 사고로 저세상으로 가게 되고, 저세상에서 좀더 ‘머나먼’ 저세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탈출해 유 세미나라는 곳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의 멘토가 되고, 그곳에서 태어나기를 계속 거부하는 ’22’를 만나 함께 지구로 되돌아오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영화 내내 음악이 나와서 귀도 즐겁고 저세상 풍경을 묘사한 그래픽도 신선하다. ‘IT 크라우드’에 나오는 ‘모스’가 제리로 출연했는데 처음 볼 때는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 같다는 생각만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모스더라. 특이한 목소리라 제리가 등장할 때마다 모스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예전에는 구글 무비에서 더빙판과 자막판을 따로 팔았는데 언젠가부터 합본으로 팔고, 플레이어 내에서 자막이나 음성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처럼 아이들과 함께 봐야 하는 경우에는 더빙판과 자막판을 이중으로 구매하지 않아서 편리하긴 하다만 어른들만 주로 보는 경우라면 따로 파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