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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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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읽은 장강명 작가의 작품.

간결한 필체와 빠른 이야기 전개에 힘입어 주말에 경쾌하게 읽어내려간 작품.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국정원 대선개입의혹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사이버 여론을 조작하는 일을 하는 세 젊은이를 주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세 젊은이 중 한 명인 ‘찻탓캇’이 기자와 인터뷰하고 중간중간 진행상황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참고로 각 장의 제목은 히틀러의 선전장관인 요제프 괴벨스의 어록(출처는 분명하지 않다)에서 딴 것이라고.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소재로 쓰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미 한국에 뿌리 깊게 내리고 있는 인터넷 문화와 저변에 깔린 인간의 심리나 역학을 파헤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모티프로 삼고 있기에 현실감이 높고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인터넷이라는 공간도 처음에는 시대의 긍정적 변화와 변혁을 가져오리라 기대됐던 매체였지만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이고, 칼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또 하나의 교묘하고 정교한 조작과 선동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오히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오프라인에 비해 개개인 간의 관계가 간접적이고 수평적인데다 메시지 전파가 쉽고 파급력이 더 크기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이버 공간과 현실 세계 간의 경계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는 내용도 그렇지만 이 책의 소재로 채택된 내용들 또한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어서 더 흥미진진했다. 작가가 언론사에서 근무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전작과 더불어 한국사회의 민낯을 잘 드러내고 한국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감없이 표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28 – 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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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정유정

작가의 전작인 『7년의 밤』도 그랬듯이 이 작품도 한 편의 흥미진진한 영화처럼 급박한 전개와 뛰어난 시각적 묘사, 상황 전환이 특징이다. 화양이라는 도시에 인수공통전염병이 돌면서 도시 전체가 무간지옥으로 치닫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들이 각자도생하는 모습을 그렸다. 전염병이 창궐한 지 불과 며칠만에 현대 문명과 시스템은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그 과정에서 아비규환이 된 도시는 인간의 존엄이나 휴머니티는 찾아볼 수 없는 지옥이 되고야 만다. 작년에 MERS를 한 차례 겪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소설을 읽는 내내 둘 간의 유사성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특히 무너진 방역체계라든가 언론 통제 같은 부분을 보면서 이 책의 내용이 언제든지 현실로 될 수도 있겠다는 상상에 두렵기도 했다. 한편으로 소설은 개와 늑대의 시점에서도 내용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개를 비롯한 동물의 특징을 잘 묘사하는 부분이 있어서 반갑기도.

책을 읽는 내내 왜 제목이 28일인지 궁금했지만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미루어 짐작은 했지만). 그래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인터뷰가 있었다.

원제는 <화양 28> 이었어요. 화양이라는 단어가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빼기로 했어요.(웃음) ‘28’은 독자들한테 성질 나면 한번씩 이 제목을 읽어 보라는 배려라고 할까.(웃음) 그리고 2하고 8을 더하면 0이에요. 아무 것도 없는 제로 상태. 화양이라는 도시가 완전히 폐허가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제로상황이 되는 걸 보여준다, 숫자적인 풀이는 그래요. 의학적으로도 28일은 뭘 할 수가 없는 기간이에요.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원인균을 밝혀내는 데에도 오래 걸려요. 그걸 밝혀야 백신이니 진단키트가 나오는데. 에이즈 원인 바이러스를 밝히는 데에도 4년이 걸렸어요. 그러니까 28일은 살기 위해서 투쟁하는 기간이에요. 개와 인간이 살기 위해서 투쟁하고, 공명해 가는 시간.

얼굴 – 요코야먀 히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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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일본소설. 남성 중심 조직인 일본 경찰 내에서 여성 경찰로서 근무하는 미즈호의 이야기. 남성 중심의 경직된 조직에서 여경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지를 조명한 작품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대체로 이 같은 조직 문화는 비슷한 구석이 많은 것 같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경찰이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이라든가 조직 생리, 일본 경찰 시스템 같은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다. 가령 방화사건의 경우 방화범은 대다수 자신이 붙인 불이 번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즐거움을 얻는 쾌락범이어서 구경꾼들 무리에 섞여 범죄현장을 보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경찰들이 구경꾼들의 사진을 찍어둔다는 점 같은 부분 말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미즈호가 사건에 착수해서 번뜩이는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거나 돕거나 간간이 실패하는 줄거리로 구성돼 있다.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범죄자의 몽타주를 그리는 직무를 하다가 조직논리에 휘둘려 상처를 받은 후 휴직했다가 다시 복직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즈호는 추리를 통해 사건의 이면에 존재하는 배경이나 진실을 밝히고 마는데, 나는 추리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이야기가 흘러가는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지만 그 과정도 흥미로웠다. 이런 장르의 책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지만 아마 이런 부분에 독자들이 열광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첫 출발이 좋기에, 작가의 다른 작품인 『종신검사관』『동기』도 읽어봐야겠다(둘 다 절판인 건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