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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장강명

댓글부대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읽은 장강명 작가의 작품.

간결한 필체와 빠른 이야기 전개에 힘입어 주말에 경쾌하게 읽어내려간 작품.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국정원 대선개입의혹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사이버 여론을 조작하는 일을 하는 세 젊은이를 주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세 젊은이 중 한 명인 ‘찻탓캇’이 기자와 인터뷰하고 중간중간 진행상황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참고로 각 장의 제목은 히틀러의 선전장관인 요제프 괴벨스의 어록(출처는 분명하지 않다)에서 딴 것이라고.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소재로 쓰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미 한국에 뿌리 깊게 내리고 있는 인터넷 문화와 저변에 깔린 인간의 심리나 역학을 파헤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모티프로 삼고 있기에 현실감이 높고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인터넷이라는 공간도 처음에는 시대의 긍정적 변화와 변혁을 가져오리라 기대됐던 매체였지만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이고, 칼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또 하나의 교묘하고 정교한 조작과 선동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오히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오프라인에 비해 개개인 간의 관계가 간접적이고 수평적인데다 메시지 전파가 쉽고 파급력이 더 크기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이버 공간과 현실 세계 간의 경계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는 내용도 그렇지만 이 책의 소재로 채택된 내용들 또한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어서 더 흥미진진했다. 작가가 언론사에서 근무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전작과 더불어 한국사회의 민낯을 잘 드러내고 한국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감없이 표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