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codingnuri

4K UHD 블루레이 리핑

작년에 화질 좋은 4K 블루레이 레퍼런스 타이틀 중에서 《얼라이드》(2016)가 있어서 저렴한 북미판을 구입했더랬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나서 보니 한글 자막이 없더라. 물론 왓챠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미 구입한 터라 4K 레퍼런스 타이틀의 UHD 블루레이의 화질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서 결국 원본 그대로 리핑해서 보기로 하고 4K 블루레이를 리핑하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4K 블루레이 리핑 가능한 디바이스 중에서 포터블 형태의 LG NP50NB40을 구입하기로 하고 지마켓에서 쿠폰 적용해 10만원 정도에 구입했다. 요즘은 PC 본체에 내장 ODD를 부착할 수 없는 구조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외장형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리핑 관련 글에서 알려주는 대로 펌웨어(1.03)도 업데이트하고 얼라이드 타이틀을 넣고 MakeMKV에서 리핑하려고 했더니 UHD 타이틀을 읽지를 못하더라. 이거 뭔가 잘못됐다 싶어서 다시 찾아보니 NP50NB40은 기본적으로 UHD 타이틀을 못 읽게 돼 있는 듯; 다시 이리저리 찾아보다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쓴 글을 읽고 나서야 하이브리드 펌웨어라는 게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고, BP60NB10이라는 모델(펌웨어 1.00)로 펌웨어를 크로스 플래싱했더니 그제야 UHD 타이틀을 제대로 읽더라. 동일한 제품인데 펌웨어에 따라 UHD 타이틀을 읽거나 읽지 못하게 해둔 게 신기하더라?

우여곡절 끝에 리핑에 성공해서 MKV 파일(약 53GB)을 만들고 나서 팟플레이어로 재생해 보니 문제없이 재생된다. 그다음은 자막 만들기인데, 준비해둔 SRT 자막 파일을 MKVToolNix를 이용해 리핑한 MKV 파일에 추가하고, 블루레이 전용 자막 형식인 SUP 파일도 Subtitle Edit로 생성해서 MKV 파일에 추가하고 먹싱(mux)해서 한국어 자막이 포함된 MKV 파일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 작업은 현재 상황에서는 소용없는 일임을 곧 알게 되는데…)

이제 남은 건 한국어 자막까지 합쳐진 파일을 외장하드에 넣고 TV에서 보는 건데 지금 사용 중인 LG UHD TV에서 50GB가 넘는 파일을 불러와 재생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하지만 의외로 용량이 큰 파일도 무리 없이 재생하고, HDR 마크까지 뜨더라. 그런데 문제는 자막.

앞에서 Subtitle Edit로 자막을 추가하면서 기왕 하는 거 영화관 느낌이 충만하도록 시네마 폰트와 크기 등을 지정하고 그래픽 자막까지 만들어서 넣었는데 막상 TV에다 외장하드를 연결해서 볼 때는 내부 자막을 사용하지 못하더라? 그래서 결국에는 그냥 기존 SRT 자막을 다시 외장하드에 넣어서 한국어 자막이 나오게 했다. 결국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이용해서 재생할 때는 그래픽 자막도 출력되겠지만 일반 TV에 외장하드로 연결해서 볼 때는 텍스트 형태의 외부 자막을 쓰는 게 가장 무난한 방법인 것 같다.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외장하드를 연결해서 볼 때도 마찬가지.

지난주 주말까지 이런저런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걸 많이 배우고 있다. 다음 작업으로 3D 블루레이 리핑과 4K 판본에 한국어 음성/자막 추가 작업을 해보려고 이것저것 관련 글을 찾아보고 있다.

이번에 알게 된 새로운 것들을 정리하자면

  •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UHD 블루레이도 리핑 가능
  • UHD 리핑할 수 있는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로움. 재생하는 조건은 더 까다로움(어차피 CPU가 라이젠이라 재생도 못함ㅋ)
  • ODD 모델에 따라 UHD를 읽지 못하는 경우 다른 모델로 인식하게끔 패치가 필요할 수 있음
  • 생각보다 TV에서 읽을 수 있는 파일의 용량 제약이 낭낭함
  • TV에 외장하드를 연결해서 영화 볼 때는 그래픽 자막 무쓸모

소울(2020)

소울 ★★★★★ / 구글 플레이 무비

작년에 누군가가 재밌다고 해서 믿고 보는 디즈니라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구입해서 시청했다. 먼저 자막판으로 혼자 보고, 아이들과 더빙판으로도 보고, 어른들끼리 또 한 번 자막판으로 보고 해서 한 3번 정도 본 것 같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어른들을 타깃으로 삼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깊은 주제를 다룰 때가 있다. 아주 예전에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들 중에도 시대를 한발 앞서간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픽사의 영향인지 시대상을 반영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독특한 기획과 구상으로 감탄할 만한 영화를 많이 만들어낸다. 소울은 흔히들 생각하는(작중에서 멘토들이 흔히들 오해한다고 하듯이) 삶의 목적과 의미를 되새기는 영화다. 구태여 어떤 삶의 목적이나 의미에 매몰되지 말고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라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다. 우스갯소리로 태어나는 김에 산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게 뭐 어떻냐는 거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평생 재즈만을 바라보고 보잘것없이 살아온 주인공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목전에 두고 불의의 사고로 저세상으로 가게 되고, 저세상에서 좀더 ‘머나먼’ 저세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탈출해 유 세미나라는 곳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의 멘토가 되고, 그곳에서 태어나기를 계속 거부하는 ’22’를 만나 함께 지구로 되돌아오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영화 내내 음악이 나와서 귀도 즐겁고 저세상 풍경을 묘사한 그래픽도 신선하다. ‘IT 크라우드’에 나오는 ‘모스’가 제리로 출연했는데 처음 볼 때는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 같다는 생각만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모스더라. 특이한 목소리라 제리가 등장할 때마다 모스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예전에는 구글 무비에서 더빙판과 자막판을 따로 팔았는데 언젠가부터 합본으로 팔고, 플레이어 내에서 자막이나 음성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처럼 아이들과 함께 봐야 하는 경우에는 더빙판과 자막판을 이중으로 구매하지 않아서 편리하긴 하다만 어른들만 주로 보는 경우라면 따로 파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근래에 본 영화/드라마 정리 – 202105

  • 실리콘 밸리 ★★★★ / 왓챠

    실리콘 밸리 개발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개발자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전에 본 ‘빅뱅 이론’이나 ‘IT 크라우드’와 함께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극중 주인공인 리처드가 기막한 알고리즘을 만들게 되면서 졸지에 창업을 하고 CEO를 맡게 되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인데, 이야기가 긴박하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많아서 빵빵 터지는 장면들도 많고, 현실적으로 가능할 법한 사건이나 큭큭 웃는 와중에도 나름대로 배울 만한 부분들도 있다. 왓챠에서 시즌 4까지 보고 아직 시즌 5, 6(완결)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인데, 어서 빨리 공개되면 좋겠다. 드라마의 명가 HBO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 람보 1, 2, 3 ★★★ / 넷플릭스

    내 머릿속에 있는 람보라는 영화의 이미지는 람보 2에 대한 것이었나 보다. 미국의 그린베레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는 내용일 줄 알았는데 람보 1은 그런 생각을 완전히 깨버린 수작이었다. 람보 1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전쟁 영웅의 이야기인 데다 미국 시골 동네의 폐쇄성, 그리고 그런 미국 시골 동네의 숲속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국지전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람보 2, 3은 ‘람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여실히 그려낸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이야기는 1편에 비해 못하지만 헬기씬 만큼은 인상적이었다.

  • 배드 지니어스 ★★★ / 왓챠

    ‘국제적으로 이뤄지는 컨닝’이라는 참신한(?) 소재가 궁금해서 본 태국 영화다. 컨닝씬이 나올 때마다 긴박감 넘치게 잘 편집한 것 같다. 그리고 어쭙잖게 해피엔딩이나 교훈을 주려고 하지 않아서 괜찮았고, 주인공이 겪은 사건을 계기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 같다.

  • 씨스피라시 ★★★★★ / 넷플릭스

    상업적 어업의 파괴력에 초점을 둔 다큐멘터리다. 상업적 어업을 둘러싼 온갖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것들을 잘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어업’ 같은 캐치프레이즈의 허구성을 비롯해 빨대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만 관심을 보이는 해양보호단체들의 이중성(?), 어업 노동력 착취 문제까지 안 다루는 게 없을 정도로 상업적 어업과 관련된 온갖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볼 만한 내용이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