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은 일본소설. 남성 중심 조직인 일본 경찰 내에서 여성 경찰로서 근무하는 미즈호의 이야기. 남성 중심의 경직된 조직에서 여경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지를 조명한 작품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대체로 이 같은 조직 문화는 비슷한 구석이 많은 것 같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경찰이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이라든가 조직 생리, 일본 경찰 시스템 같은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다. 가령 방화사건의 경우 방화범은 대다수 자신이 붙인 불이 번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즐거움을 얻는 쾌락범이어서 구경꾼들 무리에 섞여 범죄현장을 보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경찰들이 구경꾼들의 사진을 찍어둔다는 점 같은 부분 말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미즈호가 사건에 착수해서 번뜩이는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거나 돕거나 간간이 실패하는 줄거리로 구성돼 있다.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범죄자의 몽타주를 그리는 직무를 하다가 조직논리에 휘둘려 상처를 받은 후 휴직했다가 다시 복직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즈호는 추리를 통해 사건의 이면에 존재하는 배경이나 진실을 밝히고 마는데, 나는 추리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이야기가 흘러가는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지만 그 과정도 흥미로웠다. 이런 장르의 책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지만 아마 이런 부분에 독자들이 열광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첫 출발이 좋기에, 작가의 다른 작품인 『종신검사관』과 『동기』도 읽어봐야겠다(둘 다 절판인 건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