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저
작가의 전작인 『7년의 밤』도 그랬듯이 이 작품도 한 편의 흥미진진한 영화처럼 급박한 전개와 뛰어난 시각적 묘사, 상황 전환이 특징이다. 화양이라는 도시에 인수공통전염병이 돌면서 도시 전체가 무간지옥으로 치닫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들이 각자도생하는 모습을 그렸다. 전염병이 창궐한 지 불과 며칠만에 현대 문명과 시스템은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그 과정에서 아비규환이 된 도시는 인간의 존엄이나 휴머니티는 찾아볼 수 없는 지옥이 되고야 만다. 작년에 MERS를 한 차례 겪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소설을 읽는 내내 둘 간의 유사성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특히 무너진 방역체계라든가 언론 통제 같은 부분을 보면서 이 책의 내용이 언제든지 현실로 될 수도 있겠다는 상상에 두렵기도 했다. 한편으로 소설은 개와 늑대의 시점에서도 내용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개를 비롯한 동물의 특징을 잘 묘사하는 부분이 있어서 반갑기도.
책을 읽는 내내 왜 제목이 28일인지 궁금했지만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미루어 짐작은 했지만). 그래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인터뷰가 있었다.
원제는 <화양 28> 이었어요. 화양이라는 단어가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빼기로 했어요.(웃음) ‘28’은 독자들한테 성질 나면 한번씩 이 제목을 읽어 보라는 배려라고 할까.(웃음) 그리고 2하고 8을 더하면 0이에요. 아무 것도 없는 제로 상태. 화양이라는 도시가 완전히 폐허가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제로상황이 되는 걸 보여준다, 숫자적인 풀이는 그래요. 의학적으로도 28일은 뭘 할 수가 없는 기간이에요.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원인균을 밝혀내는 데에도 오래 걸려요. 그걸 밝혀야 백신이니 진단키트가 나오는데. 에이즈 원인 바이러스를 밝히는 데에도 4년이 걸렸어요. 그러니까 28일은 살기 위해서 투쟁하는 기간이에요. 개와 인간이 살기 위해서 투쟁하고, 공명해 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