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 쓴 칼럼으로도 유명한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다. 이 책에서는 국가주의, 집단주의, 가족주의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합리적 개인주의자로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담을 담담하게 정리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사회에서는 개인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사회라는 걸 어렸을 때부터 겪게 되다 보니 이런 책이 나온 게 무척 반갑고 신선했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갖가지 병폐 현상의 근원을 파헤치다 보면 개인주의의 부재가 한몫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개인이 행복할 리가 없고, 개개인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잘못 이해하고 있는 장유유서의 유교문화, 상명하복식의 군대문화, 군대문화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조직문화 속에서 개인은 각자의 행복을 오롯이 추구하기가 힘들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문화 속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지켜지기 힘들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현대 한국사회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내 나름대로 생각해 왔던 것들을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내가 생각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치열하게, 그리고 더욱더 폭넓게 고민한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 책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