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모를 존재에 의해 사람들이 집단자살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처음에 산드라 블록은 산모로 나오는데 여동생과 함께 차를 타고 아수라장이 된 도로를 벗어나려다 여동생이 그 존재를 보게 되면서 사고가 나고 여동생은 산드라 블록이 보는 바로 앞에서 자살한다. 그러다 ‘문라이트’에 출연했던 트레반트 로즈의 도움으로 가까운 곳에 있던 집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한동안 머문다. 그 존재를 눈으로 보면(심지어 CCTV 화면을 통해 봐도) 자살하게 되기에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눈가리개를 하고 다니게 된다. 그러다 함께 지내던 다른 산모가 낳은 아이까지 맡게 되면서 두 아이를 책임지고 좀 더 안전한 공동체로 데려다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교대로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우선 아무런 정보가 없는 막연함이 주는 공포를 잘 살린 것 같다. 악령이라고 해야 할지 뭔가 어둠으로만 표현되는 존재가 나오는데, 눈으로 보게 되면 눈이 충혈되고 이상하게 바뀌면서 조종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악령 같은 존재가 가까이 오면 새들이 불안해하는데, 우연하게 이를 알게 된 산드라 블록이 새가 들어있는 상자를 아이들로 하여금 지니게 하고, 이것 때문에 제목이 ‘버드 박스’인 것 같다.
좀 허술한 모습도 몇 가지 보인다. 우연찮게 피신처에 머물게 된 사람들이 각자 내용 전개에 필요한 특징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든가, 사회 기반 시설이 몽땅 망가졌을 텐데 전기/수도가 멀쩡히 나오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면 야생 동물들의 세상이 될 텐데 그런 점도 반영되지 않은 듯하고, 마지막 설정도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허술한 점이 있긴 하지만 산드라 블록의 열연이나 설정 자체는 볼 만하다. 눈을 가린 상태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이 잘 드러나고, 긴장감이 영화 끝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반전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