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2020)

소울 ★★★★★ / 구글 플레이 무비

작년에 누군가가 재밌다고 해서 믿고 보는 디즈니라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구입해서 시청했다. 먼저 자막판으로 혼자 보고, 아이들과 더빙판으로도 보고, 어른들끼리 또 한 번 자막판으로 보고 해서 한 3번 정도 본 것 같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어른들을 타깃으로 삼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깊은 주제를 다룰 때가 있다. 아주 예전에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들 중에도 시대를 한발 앞서간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픽사의 영향인지 시대상을 반영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독특한 기획과 구상으로 감탄할 만한 영화를 많이 만들어낸다. 소울은 흔히들 생각하는(작중에서 멘토들이 흔히들 오해한다고 하듯이) 삶의 목적과 의미를 되새기는 영화다. 구태여 어떤 삶의 목적이나 의미에 매몰되지 말고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라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다. 우스갯소리로 태어나는 김에 산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게 뭐 어떻냐는 거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평생 재즈만을 바라보고 보잘것없이 살아온 주인공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목전에 두고 불의의 사고로 저세상으로 가게 되고, 저세상에서 좀더 ‘머나먼’ 저세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탈출해 유 세미나라는 곳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의 멘토가 되고, 그곳에서 태어나기를 계속 거부하는 ’22’를 만나 함께 지구로 되돌아오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영화 내내 음악이 나와서 귀도 즐겁고 저세상 풍경을 묘사한 그래픽도 신선하다. ‘IT 크라우드’에 나오는 ‘모스’가 제리로 출연했는데 처음 볼 때는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 같다는 생각만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모스더라. 특이한 목소리라 제리가 등장할 때마다 모스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예전에는 구글 무비에서 더빙판과 자막판을 따로 팔았는데 언젠가부터 합본으로 팔고, 플레이어 내에서 자막이나 음성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처럼 아이들과 함께 봐야 하는 경우에는 더빙판과 자막판을 이중으로 구매하지 않아서 편리하긴 하다만 어른들만 주로 보는 경우라면 따로 파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근래에 본 영화/드라마 정리 – 202105

  • 실리콘 밸리 ★★★★ / 왓챠

    실리콘 밸리 개발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개발자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전에 본 ‘빅뱅 이론’이나 ‘IT 크라우드’와 함께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극중 주인공인 리처드가 기막한 알고리즘을 만들게 되면서 졸지에 창업을 하고 CEO를 맡게 되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인데, 이야기가 긴박하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많아서 빵빵 터지는 장면들도 많고, 현실적으로 가능할 법한 사건이나 큭큭 웃는 와중에도 나름대로 배울 만한 부분들도 있다. 왓챠에서 시즌 4까지 보고 아직 시즌 5, 6(완결)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인데, 어서 빨리 공개되면 좋겠다. 드라마의 명가 HBO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 람보 1, 2, 3 ★★★ / 넷플릭스

    내 머릿속에 있는 람보라는 영화의 이미지는 람보 2에 대한 것이었나 보다. 미국의 그린베레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는 내용일 줄 알았는데 람보 1은 그런 생각을 완전히 깨버린 수작이었다. 람보 1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전쟁 영웅의 이야기인 데다 미국 시골 동네의 폐쇄성, 그리고 그런 미국 시골 동네의 숲속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국지전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람보 2, 3은 ‘람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여실히 그려낸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이야기는 1편에 비해 못하지만 헬기씬 만큼은 인상적이었다.

  • 배드 지니어스 ★★★ / 왓챠

    ‘국제적으로 이뤄지는 컨닝’이라는 참신한(?) 소재가 궁금해서 본 태국 영화다. 컨닝씬이 나올 때마다 긴박감 넘치게 잘 편집한 것 같다. 그리고 어쭙잖게 해피엔딩이나 교훈을 주려고 하지 않아서 괜찮았고, 주인공이 겪은 사건을 계기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 같다.

  • 씨스피라시 ★★★★★ / 넷플릭스

    상업적 어업의 파괴력에 초점을 둔 다큐멘터리다. 상업적 어업을 둘러싼 온갖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것들을 잘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어업’ 같은 캐치프레이즈의 허구성을 비롯해 빨대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만 관심을 보이는 해양보호단체들의 이중성(?), 어업 노동력 착취 문제까지 안 다루는 게 없을 정도로 상업적 어업과 관련된 온갖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볼 만한 내용이라 추천하고 싶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작년에 말 많았던 게임을 플레이하고 엔딩을 본 지는 좀 됐는데 이제야 정리한다. 플스 독점작인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의 전작인 리마스터 에디션을 작년에 처음 해보고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즐겨 하는 오픈월드 게임이 아닌데도 스토리나 연출, 게임성에서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작품이어서 파트 2가 나오기를 고대했었다. 작년에 너티독에서 만든 언차티드 시리즈도 재미있게 열심히 하기도 했고.

2020년 초에 발매되리라 생각했는데 무제한으로 연기되기도 했고, 스토리가 유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기도 했고, 제작자의 망언 등등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어서 실제 게임은 어떨지 궁금했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게임 가격이 금방 떨어져버려서 쿠팡에 2.6만 원 정도에 구입했다.

사두고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3월이 되어서야 느긋하게 시작했는데, 앞의 논란들이 이미 한차례 소강된 후여서 그런지 몰라도 커뮤니티에도 잘 만든 게임이라는 평이 많이 는 것 같았다. 전투 시스템을 비롯한 게임 디자인이나 섬세한 디테일은 가히 업계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고, 세세한 그래픽 디자인을 보면서 이런 걸 만드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지 중간중간 상상하기도 했다. 시간 없는 유부라 늘 쉬움 난이도로 1회차로만 만족하는데 이 게임은 2회차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스토리는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인데, 1편의 캐릭터에 애정이 있던 분들이라면 확실히 초반부 전개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작의 거의 유일한 단점은 전작에 비해 감염체가 그리 두렵지 않다는 것인데, 쉬움 모드로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전작을 경험해봐서인지 몰라도 새로운 유형의 감염체가 추가되긴 했지만 전작만큼 감염체를 만났을 때의 긴장감이 크진 않았다. 게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무기나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다 보니 전투의 재미도 늘고, 그렇다 보니 1회차로 끝내기에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캡처해 봤는데 넣고 보니 엘리 파트밖에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