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브 브라더스

밴드 오브 브라더스

그동안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못 보다가 결국 이제야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고야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부터 히틀러의 독수리 요새를 점령하기까지 이어지는, 미국 제101공수사단 506연대 이지중대의 실제 활약상을 그린 이 드라마는 누구 말마따나 단순한 전쟁 드라마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와 닿은 부분은 주인공인 딕 윈터스가 보여준 리더십이었다. 그가 보여준 리더십은 이지중대가 그토록 많은 전투에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전쟁이라는 참혹한 환경에서 발하는 전우애(제목 자체가 ‘전우’를 의미한다)도 큰 울림을 줬다.

드라마라고 하기엔 믿기 힘들 정도의 스케일과 특수효과, 그리고 전투 장비나 무기의 역사적 고증을 보면 진짜 제대로 만든 드라마란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을 들게 한다. 각 에피소드 초반에 나오는 실존인물들의 인터뷰에서도 느끼는 바가 많다(그나저나 가니어는 제대로 캐스팅한 듯).

누구나 통쾌했을 법한 장면으로 마무리. 언젠가 고화질 버전으로, 짱짱한 사운드로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드라마다.

파이썬 코딩의 기술

대체로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과 API에 익숙해지고 나면 어떻게든 기능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프로그래밍 언어답게, 그 언어스럽게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연어도 마찬가지지만 어휘와 문법만 익힌다고 해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언어로 사고하는 법을 익히고 이미 풍부하게 자리 잡고 있는 숙어나 표현 패턴 등을 체화해야 비로소 그 언어를 유려하게 구사할 줄 아는 것이다.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힐 때는 맨 먼저 입문서를 본다. 해당 언어의 철학과 배경, 문법, 어휘, 구조 등을 익히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본격적으로 그 언어를 이용해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작성하게 되는데,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기능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게 될 수는 있어도 그 언어답게 구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서 이 부분에서 바로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가 생기고 만다. 프로그래밍 책 가운데 ‘이펙티브(effective)’라는 이름이 붙은 시리즈가 대체로 이 부분을 메꾸는 역할을 하는 책이다.

이번에 나온 『파이썬 코딩의 기술』은 제목에 ‘이펙티브’라는 표현이 붙지는 않았지만 원서 제목인 ‘Effective Python’이 붙어 있는 진짜 이펙티브 시리즈 책이다. 그래서 책의 구성도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파이썬을 쓸 때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는 내용들을 각 요소별로 조언 형태로 59가지나 담고 있다. 파이썬 코드를 작성하다가 ‘이렇게 짜는 게 파이썬답게 짜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 때마다 이 책을 들춰보면 파이썬스럽게 코드를 작성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단순히 기능하기만 하는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유창한 코드로 작성된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싶은 분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빌뱅이 언덕

『몽실 언니』와 『강아지똥』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9년이 지났다. 평생 결핵이라는 병마와 씨름하시면서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겨운 삶을 살다 가셨지만 언제나 선생님의 동화에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까지 그 시대에 생과 사를 오가는 고난을 겪으셨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동화로써 다음 세대에게 큰 유산을 남겨주신 권정생 선생님의 글이기에 큰 울림이 있다.

이 책은 선생님이 곳곳에 기고하거나 쓰신 글 중에서 선별해서 엮은 것이다. 선생님이 작고하신 후 5주기를 맞아 출간된 것이라 한다. 그동안의 삶의 궤적과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글들을 읽으면서 생명경시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는 세상의 변화를 안타까워 하셨을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책 뒤표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는데, 이 책의 성격과 선생님의 면모를 잘 그려준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맑은 목소리로”

삶ㆍ문학ㆍ사상이 일치한 작가 권정생의 산문